‘차나마나’ 한계 드러낸 전자발찌… 보호수용제 힘 받나

입력 2021-09-01 00:03
국민일보DB

전자발찌 훼손 후 살인을 저지른 강모(56)씨 사건으로 흉악범죄자에 대한 전자감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형사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자발찌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강력범, 상습범에 대한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호수용법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우려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 때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각각 제출한 보호수용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살인, 성폭력 범죄 등을 2회 이상 저지르는 등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형기 종료 후 형기와 별도로 최대 10년까지 수용하는 내용도 있다.

강씨는 성범죄 전력이 2회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다. 하지만 전자감독이 추가 범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호수용제가 도입된다면 강씨 사례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2016년 보호수용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전자발찌 등으로는 재범 억제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었다. 전자감독 관리 현장에서도 범죄자가 고의로 발찌를 끊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사전에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호수용제 도입이 여러 차례 무산됐던 데는 전두환 정권 시절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킨다는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보호감호제는 인권침해 논란 끝에 2005년 폐지됐다. 2019년 기준 보호감호 대상자는 18명인데 모두 폐지 이전에 처분을 받은 사례다. 보호수용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법무부가 보호수용법에 대해 의견조회를 요청하자 “이중처벌 등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회신했었다.

다만 과거 보호감호가 절도범 등까지 대상으로 했던 것에 비하면 보호수용제는 성범죄, 살인 사건 등 대상 범죄가 제한적이다. 법안에는 접견, 서신 왕래, 전화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고 최저임금 이상 근로보상을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최대한 인권 침해를 줄이면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을 교화한다는 게 보호수용제의 목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1980~2001년까지 전체 범죄 증가율은 233%였는데 같은 기간 보호감호 대상범죄였던 강도, 강간 등 강력범의 범죄 증가율은 154%에 그쳤다. 현재는 폐지됐지만 보호감호제 자체의 범죄 억지력은 입증됐다는 평가다.

보호수용제는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시행한다. 일부 국가는 무기한으로 제도를 운용한다. 영미법계인 미국은 보호수용은 없지만 각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식이라 선고 형량 자체가 높은 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전자발찌에만 기대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국도 교정시설과 전자발찌 사이 중간영역인 보호수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