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위도, 태고의 땅, 곱게 물든 애절한 순백의 그리움

입력 2021-09-01 21:02
전북 부안군 위도면 벌금리 대월습곡의 둥글게 휘말린 거대한 지층이 비경을 펼쳐놓고 있다. 위도해수욕장 오른쪽 끝에서도 멀리 보인다.

전북 부안의 위도(蝟島)는 환상의 섬이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전설이 전해지는 섬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조기잡이 때의 ‘위도파시’는 흑산, 연평과 함께 3대 파시로 명성이 자자하다. 희귀 동식물의 보고로 매력 넘치는 보물섬이다. 끝없이 펼쳐진 섬 특유의 해안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다. 지나는 길에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를 만나는 매력과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위도는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본섬 위도는 고슴도치 섬이라 한다. 망월봉(望月峰)이 고슴도치 머리, 용머리는 앞발, 살막금은 꼬리, 깊은금은 자궁 자리이다.

생김새를 떠나서도 고슴도치섬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徐兢)은 ‘고려도경’에 위도에 들러 주민들로부터 식수를 공급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곳에서 자생하는 소나무의 솔잎이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적었다.

위도는 2017년 부안의 적벽강 채석강 솔섬 모항 직소폭포와 함께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위도의 신비스러운 지질은 벌금리 ‘대월(大月)습곡’에서 만날 수 있다. 습곡은 지층이 수평으로 퇴적된 뒤 압력을 받아 휜 상태를 말한다. 채석강이나 적벽강에서도 습곡을 만날 수 있지만, 위도의 습곡에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둥글게 휘어 돌아가는 모양의 거대 바위여서 ‘대월’이란 명칭을 얻었다. 절반쯤 잘려나간 반달 모양이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큰 달’이란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하늘이 숨겨놓은 것만 같은 비경이다.

미영금 전망대에서 본 해안가 바위산인 거북바위.

대월습곡 건너편에는 위도해수욕장에서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이 있다. 끝부분에 용멀 또는 용머리라고 부르는 곳의 해식단애가 있다. 벌금리에서는 약 8500만년 전 후기백악기 호수 환경에서 퇴적된 육식공룡의 알 화석이 2013년 무더기로 발견됐다. 벌금항에서 오른쪽으로 난 작은 시멘트 다리를 건너면 장희빈의 숙부가 이 섬에서 귀양살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정금도다.

깊은금과 미영금 사이에 위치한 물개바위.

해안을 따라 다양한 형상의 바위와 지형도 있다. 깊은금과 미영금 사이 도로 옆 전망대에서 바다 위 물개를 닮은 바위를 볼 수 있다. 자연이 빚어낸 작품이다. 거북바위도 눈길을 끈다. 미영금 근처의 해안가 바위산이 거북을 빼닮았다.

해 질 무렵 위도 살막금 언덕에 핀 위도상사화 너머 바다 위에 거륜도가 평화롭게 떠 있다. 이번 주에도 꽃 핀 위도상사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위도해수욕장 뒤 작은 언덕에는 ‘위도상사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과 잎이 서로 보지 못한다고 해서 상사화(相思花)라고 불린다. 이 중 꽃이 하얀 상사화 자생지는 세계에서 위도가 유일하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위도상사화를 주민들은 ‘몸부리대’라고 부른다. 늦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 만개한다. 살막금 일대도 위도상사화가 제법 피었다. 해넘이 때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바로 앞 수레바퀴를 닮았다는 거륜도 너머로 지는 해가 사위를 붉게 물들인다. 바로 옆 부안쪽으로 일출을, 먼바다 쪽으로 일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아래에도 위도상사화가 무리 지어 핀다.

위도면 전막리 인근 해넘이 전망대.

위도로 들어가고 나오는 곳은 파장금항이다. 어선이 몰려와 돈이 된다는 뜻만큼 파장금항은 대규모 조기 파시로 이름이 높던 곳이다. 위도 남쪽 바다가 조기잡이의 보고(寶庫)였던 칠산어장이다. 과거 영광굴비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잡혔다. 1970년대 초까지 각지에서 몰려온 수백 척의 배가 위도를 둘러싸다시피 하며 조기를 잡아 파장금에 들어와 파시를 이뤘던 것. 덕분에 파장금항은 섬 속의 거대 도시였다. 30곳이 넘는 술집이 오밀조밀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파장금항 마을 뒤쪽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서면 당시 흔적이 남아 있다.

위도면사무소 앞에서는 역사적 자취가 묻어나는 위도관아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위도진 첨사(수군을 거느려 다스리던 군직)가 근무한 곳인 위도관아는 도서 지방에 세워진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정면 5칸, 측면 3칸 1층 팔작지붕의 동헌 건물만 남아 있다. 오래된 보호수 옆으로 비석군도 있다.

도서 지방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위도관아.

위도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 ‘위도띠뱃놀이’다. 대리마을에 위도띠뱃놀이 전수관이 있다.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띠뱃놀이의 내력과 절차, 띠풀을 엮어 만든 배 모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행메모
위도해변 왼쪽 모래 지나 대월습곡
섬 일주 27㎞·종주 산행 14㎞

부안 위도는 격포항에서 약 14㎞ 떨어져 있다. 배는 평균 2시간에 1대씩 파장금카페리호와 대원카훼리호가 번갈아 운항한다. 격포항에서 오전 7시 55분, 9시 45분, 11시 35분, 오후 1시 25분, 3시 15분, 5시 5분 출발한다. 50분쯤 걸린다. 요금은 대인 8300원, 차량은 경차 1만5000원, 중형차 1만8000원, SUV 2만1000원 등이다.

뱃길 중간쯤 심청이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임수도 옆을 지난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대월습곡 가는 길은 안내판이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위도해수욕장 왼쪽 모래 해변을 건너면 숲속으로 길이 보인다. 길 따라 20분쯤 가면 해안에서 만날 수 있다.

위도에는 버스 한 대, 택시 한 대가 전부다. 버스는 여객선 입도시간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행된다. 위도 섬 일주도로 길이가 27㎞다. 차가 있어야 편하다.

망월봉 도제봉 망금봉 등 섬에 솟은 산등성이를 따라 산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종주 코스는 14㎞로 6시간가량 소요되지만 각 봉우리를 기점 삼아 5~7㎞ 코스를 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