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하늘이 붉게 물든 지난 19일 저녁. 인천 영종도 해양경찰중부청 항공구조대 활주로에서 헬기 한 대가 순찰을 위해 이륙하고 있었다. 곧 깜깜해질 이 시간에 조종사들은 가장 예민해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줄기 하나 없는 바다를 날다 보면 내 헬기가 수평인지 기울었는지 감각만으론 판단하기 어려워 매순간 계기판을 살펴야 한다. 누군가를 구조하러 가면서 나의 안전을 계기판 바늘과 숫자에 의존하는 위험한 비행. 그 임무를 감당하기 위해 항공구조대원 29명은 헬기 3대로 매일 세 차례씩 이렇게 순찰비행을 하고 있다.
주된 임무는 해상 치안과 인명구조, 환자 후송. 악천후에도, 한밤중에도 신고가 접수되면 이들은 바다 한복판이든, 외딴 섬이든 그곳을 향해 출동한다. 지난해 6월 인천 무의도 해수욕장에서 조개를 캐던 일가족 5명이 물때를 놓쳐 바다에 고립됐다. 여름철 긴급출동을 위해 헬기를 미리 격납고에서 꺼내놓았던 항공구조대원들은 불과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고립된 이들은 이미 차오른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당시 출동했던 이태현 구조사는 “지체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혼자 떨어져 있던 아이에게 먼저 구명튜브를 건넸는데, 그 아이가 튜브를 받으면서 엄마와 동생의 안부부터 묻더라. 다급한 와중에도 뭉클해져서 다른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결국 5명 모두 살렸다”고 말했다.
올여름에도 크고 작은 해상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이런 활약 뒤에는 불철주야 헬기 상태를 점검하는 정비대가 있다. 창설 이후 20년간 단 한 번의 사고도 없도록 조이고 닦았다. 바다를 다니기에 녹슨 부분을 확인하고 염분을 꼼꼼히 제거해야 한다. 철칙은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실수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박용희 정비대 팀장은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마음으로 헬기를 대한다”고 했다.
영종도= 사진·글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앵글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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