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문화도시 부천으로 랜선 만화여행 떠나볼까

입력 2021-09-01 04:02
제24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첫날 시상식이 열리는 부천만화대상에 ‘민간인통제구역’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유미의 세포들’ ‘나빌레라’가 후보로 올랐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각 작품의 포스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제24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만화의 도시’인 경기도 부천 일대와 온라인에서 ‘뉴노멀 새로운 연결’을 주제로 4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만화업계 종사자로서 여성·장애인을 조명하고 주류 만화계와 팬들이 함께하는 장을 마련한다.

4일에는 개막식과 함께 부천만화대상 시상식이 열린다. 2004년 제정된 이 상은 허영만의 ‘식객’(2004년), 강풀의 ‘아파트’(2005년), 박시백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2013년), 최규석의 ‘송곳’(2018년) 등이 받았다.

이번에 후보로 오른 만화는 ‘나빌레라’(HUN·지민)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오드 메르미오) ‘민간인통제구역’(OSIK) ‘유미의 세포들’(이동건) 등 4편이다. 후보작을 주제로 한 전시와 작가와 랜선 팬미팅도 열린다.

동명 드라마의 원작으로 화제를 모은 ‘나빌레라’는 발레를 배우고 싶은 노인과 방황하는 청년 발레리노의 만남을 담았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는 프랑스 작가가 자신의 임신중지 과정에서 겪은 감정을 솔직히 담아낸 자전적 만화다. ‘민간인통제구역’은 GP(휴전선 감시 초소)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 겪는 부조리와 고뇌를 그렸다. ‘유미의 세포들’은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머릿속 세포들을 의인화해 그들의 시각에서 인간의 감정을 묘사한 공감 에피소드물이다.

웹툰 속 젠더 이슈에 대한 논의의 장도 콘퍼런스 섹션에 마련된다. ‘한·불 만화가 대담’에서는 페미니즘 웹툰 ‘다른 시선’을 그린 프랑스 만화가 엠마와 ‘두 여자 이야기’를 그린 송아람 작가가 젠더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다른 시선’은 일상생활 속 실제 사례로 풀어낸 젠더 이슈를 다뤘다. ‘두 여자 이야기’는 아내·엄마·며느리·딸로 마주하는 한국 여성의 고충을 두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제46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지금 만화 토크쇼’와 ‘만화 포럼’에선 에로티시즘 만화의 의미와 암묵적인 성 역할 고착 등 한계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진다.

‘장애인 웹툰 세미나’에선 장애인이 꿈꿀 수 있는 좋은 직업군으로서 웹툰 작가를 조명한다. 선천적 청각장애인인 이수연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그린 ‘나는 귀머거리다’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세미나에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운영지원을 하는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수강생들로부터 웹툰 작가의 꿈을 들어볼 수 있다. 여성 장애인 만화가 이해경 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은 “장애인이란 이유로 웹툰 작가의 꿈을 쉽게 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 전 이사장은 1974년 만화 잡지 ‘새소년’ 공모전에서 ‘현아의 외출’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축제의 대표적인 행사로 5회를 맞이한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은 온라인으로 축소됐다. 코스프레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 공모전 ‘코스플레이@홈’(Cosplay@Home)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저비용·코믹 콘셉트의 ‘방구석 코스프레 챌린지 니.코.쩔’이 열린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