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도 초슈퍼 예산… 1000조 넘는 나랏빚은 어쩔 건가

입력 2021-09-01 04:02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 확장적 재정 운용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이다. 효율적인 지출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고,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현금 살포로 여겨지는 예산이 넘쳐난다.

정부가 31일 확정한 2022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이다. 문재인정부 첫해 400조5000억원이던 예산이 무려 200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적자 재정이 계속되면서 내년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를 상회할 전망이다. 우려되는 ‘사상 최초’ 투성이인데도 정부는 걱정하는 기색이 별로 없다. 확장 재정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세수가 늘어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는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정부가 낙관론에만 기대고 있으면 곤란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23년 이후로는 재정 운용 기조를 상당 부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8.6%에 이르는데, 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1~2025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제시했다. 임기 마지막 해까지 돈을 펑펑 쓰기만 하고, 씀씀이를 줄여 나랏빚을 관리하는 일은 다음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청년 대책 예산으로만 23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저소득 청년에게 월세를 지원하고, 장병 월급을 대폭 증액하며, 반값 등록금 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등 현금성 지원책들이 즐비하다. 어려움 겪는 청년을 돕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또 이런 선심성 예산으로 불어나는 나랏빚은 결국 청년 세대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정부 예산안을 철저하게 심의해 방만한 부분들을 과감히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