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법 여야협의체, 강행 처리 요식절차여선 안 된다

입력 2021-09-01 04:01
여야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추석 연휴 뒤인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언론계와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는 물론 세계신문협회와 국경없는기자회 등 외국 언론기관으로부터 ‘언론 재갈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개정 법안의 강행 처리를 여당이 유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협의 기간이 오는 26일까지로 정해져 있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양당은 법안의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해 충실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합의가 무산될 경우라도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조항이 온전히 배제되지 않고 논란이 여전하다면 법 개정을 아예 철회하는 게 옳다.

여당이 추진해온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은 허위·과장 보도에 최고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이다. 지금도 보도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배까지 도입하는 건 과잉 처벌 소지가 크고 언론 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은 가혹한 처벌 규정에 비해 매우 자의적이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경우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비위 권력자의 ‘발뺌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가짜 뉴스 양산처로 지목되는 1인 미디어 등에 대한 규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 개정의 취지가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도 1인 미디어는 제쳐둔 채, 기자들로 구성된 공보위원회 등 내부 자정 기구까지 갖추고 있는 기존의 대형 언론매체를 목표로 삼은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 이번 법 개정을 두고 정략적 접근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차제에 각계의 우려를 경청하고 개정 법안이 언론 자유에 미칠 악영향을 숙려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 때문에 제4부라 불린다. 입법부가 독주해 재갈을 물림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숙고하는 게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합의 직후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협의를 요식절차로 전락시키거나 강행 처리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