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30일 밤 MBC ‘100분 토론’이 무산됐다. 이 대표가 방송 30분 전 불참을 통보해서다. 그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제작진은 방송 15분 전까지 대체 프로그램을 찾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결국 재방송 프로그램이 나갔다. 사전에 이 대표의 출연이 예고됐던 터라 방송을 고대했던 많은 시청자들도 실망이 컸을 것이다.
정치인이 방송과 관련해 ‘사고’를 친 게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월엔 홍준표 현 국민의힘 의원이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전화 인터뷰 도중 사전조율이 안 된 질문을 한다는 이유로 “인터뷰 그만하자”면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졸지에 청취자들은 ‘뚜뚜뚜’ 통화 종료음을 들어야 했다.
2012년 6월엔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가 YTN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다 진행자에게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당대표 후보 자격으로 나온 건데 경선과 무관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YTN은 방송사고 뒤 “이 후보 항의를 이해할 수 없다. 당대표 후보는 당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해 7월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 내내 무성의하게 답변하다 비판을 받았다. 방송 뒤 김현정 PD는 “이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는 청취자 문자와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제 평정심을 격려하는 분들도 있더라”고 당혹스러움을 전했다.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한다. 또 사실상 국민 전체가 시청자이자 청취자다. 예고된 방송을 펑크 내거나 생방송 도중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방송사뿐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고, 국민을 무성의하게 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그만큼 귀한 전파를 헛되게 쓰는 셈이다. 정치인들이 방송의 공공성이 막중하고, 국민이 ‘방송 소비자’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국민은 흐르는 전파를 통해 정치인의 됨됨이를 평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