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돈 펑펑 쓴 文정부… 다음 정권엔 ‘긴축’ 주문

입력 2021-09-01 04:0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예산이 사상 최초로 600조원을 넘어선다. 현 정부 내내 계속된 확장재정의 영향으로 국가채무 역시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돈풀기를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공언했다. 5년 내내 돈을 원없이 쓴 정부가 후임 정권은 긴축재정을 꾸리라는 얘기다.

정부는 3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 임기 첫해인 2017년 예산이 400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50% 늘어났다. 정부 예산 총지출액이 20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05년이다. 200조원에서 400조원이 되는 데 12년이 걸렸는데 여기서 다시 600조원으로 초고속 증가한 셈이다.


물론 임기 후반기 터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 사태로 민간부문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은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돼 민간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과 국가적 위기 타개를 위해 확장재정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뿐 아니라 정부살림도 마찬가지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은 적자재정은 2020년도 예산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도, GDP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제시했다. 2023년 예산부터 예산 증가율을 현재보다 절반 정도 낮은 전년 대비 4~5%대로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공약 이행을 위한 신규 예산 편성은 불가피하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차기 정부에는 부담이다.

국가채무와 재정수지가 현재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립서비스’를 한 셈이다. 현 정부는 원 없이 돈을 풀어 쓴 뒤 차기 정부에는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물려주면서 아껴 쓰라고 조언하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 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복지예산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지만 앞으로 복리이자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10년 뒤면 일본처럼 적자국채 이자를 갚는 데만 한 해 예산의 25%가 지출되는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박세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