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로 불리는 여름 고시엔(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100년 고시엔 역사상 첫 외국계 학교로 이름을 올렸던 지난 봄 고시엔(선발고교야구대회)에 이은 연타석 성과다(국민일보 2021년 4월 6일자 29면 참조).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대회가 끝난 뒤인 31일 국민일보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은혜로 대회를 잘 마쳤다.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도 중에 얻은 응답대로 결과를 거뒀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흘린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8월이었다”며 “정원 충원을 목표로 시작된 야구가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 야구 명문교로 회자되게 됐다. 아주 큰 성과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1947년 설립된 교토국제고는 1990년대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1999년 처음으로 야구부를 만들었는데, 학교가 학생수 감소를 막고자 내린 처방이었다. 야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지만, 초창기엔 야구부라 하기 힘들 정도였다. 운동장도 작아서 외야도 반쪽뿐이었고, 첫 출전한 시합에선 0대 34로 대패하기도 했다.
박 교장이 부임한 이듬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여름 고시엔에서 이 정도 저력을 보여줄 거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그간 훈련한 것을 맘껏 드러낼 수 있길 기도했다”며 “매일 선수들 이름을 되뇌며 이들이 그동안 내온 결과가 우연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해 보여줄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교토국제고는 3603개 고교 야구팀이 도전장을 던진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톱4’에 이름을 올렸다. 교토국제고의 선전으로 ‘동해 바다 건너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4차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박 교장은 “봄 고시엔 2회전 석패가 우리 선수들의 재도전으로 이어졌고 정신력을 한데 모으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며 “이후 고된 훈련을 감내하면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박 교장에 따르면 교토 대표가 여름 고시엔 준결승에 오른 건 2005년 이후 16년 만이다. 교토 시내엔 교토국제고를 응원하는 문구를 단 택시가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보다 그동안 선수들 활약에 기쁨이 앞선다”며 “자신들의 고교 마지막 시합이 될 3학년들의 투혼과 선배와 함께 노력하는 후배의 모습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여름은 막을 내렸지만 박 교장은 다시 또 분주히 움직인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그리고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운동장을 확보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 또한 기도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 한 달간 우리 학교 선수들 경기에 응원과 성원으로 동참해주신 재일동포와 국민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