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현재 나의 행복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애인이 생긴 것도 아니고,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니며, 여행을 떠나온 것도 아니다. 다이어트하느라 일주일에 단 하루만 쌀밥을 먹는데도 예민해지긴커녕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행복감 때문에 매일매일 미소 짓기 바쁘다. 잠들기가 아까울 정도로 기분이 좋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것 같은 이 상황은 바로 나의 문제점을 찾아주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삼 찾아내듯이 나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사람은 현직 작사가이자 나의 선생님이다. 나는 그와 매주 토요일마다 화상 채팅을 통해 만난다. 매주 한 편씩 내가 쓴 가사를 보며 나의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이 부드럽지만은 않다. 단호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오고 간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은 내가 상처받은 건 아닐까 살피지만 나는 상처는커녕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웃기만 한다.
문제점을 지적받고 웃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찾았더라도 스스로 지적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이 나의 문제점을 지적해준다면 설득력은 생긴다. 시인이 되기 위해 시 창작 수업을 듣던 당시에도 지적받는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수업 때 지적받은 내용을 노트에 정성스레 적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적어온 내용을 보면서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갔다. 그 결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문제점을 지적해주지 않는 세상만큼 살벌하고 냉정한 건 없다. 그 살벌하고 냉정한 세상에 놓인다면 버림받은 기분이 들 것 같다. 이상한 길로 빠지고 있어도 스스로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 감사하다. 앞으로 더 근사해질 때까지 마주하게 될 나의 문제점들이 벌써부터 반갑다. 발견 즉시 사살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