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된 언론중재법(언론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가 30일 밤까지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도 취소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이날 4차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법 개정안의 주요 조항을 철회하지 않는 한 개정안 처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며 언론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 10시쯤 야당과의 협상 결렬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마지막 회동에서 양당이 조금 새로운 제안을 내놨기 때문에 31일 오전 10시에 다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제안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일 오전 회동해 타결을 지을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야당이 비판하는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등 개정안 일부를 보완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도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언론법을 상정할 수 없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한다.
앞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1인미디어·유튜버의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당이 30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언론법 개정안의 8월 임시국회 내 처리는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언론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언론법 처리를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라 양측 간 긴장이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언론법 강행처리 여부를 놓고 신중론이 막판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강경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의 결정 앞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7 재보궐선거의 패인이 거대 여당의 입법폭주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충분한 숙의를 요구했지만 지도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언론법 개정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해 야당을 무시한 독단적인 입법폭주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을 협의 처리하기 위해 여야 동수로 위원을 구성하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에 ‘무늬만 야당’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포함시켜 무력화한 것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표결을 야당 불참 속에 진행한 것 등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야당과의 협치를 완전히 내친 것에 대한 비판이 높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등 7개 언론단체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개정 언론법의 위헌심판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