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절도범이었던 강모(56)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 피의자가 된 것은 ‘교정 시스템 실패 탓’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교정 기능 무력화가 강씨를 전과 14범의 ‘만성적 범죄자’로 만든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0일 “강씨의 범죄는 교정을 거치며 오히려 진화했다”며 “성(性), 절도, 폭력 범죄가 복합적으로 얽혀 흉악 범죄인 살인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수감을 통해 현실 부적응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의미다.
강씨는 만 17세에 절도를 시작했고 30세이던 1996년 첫 성범죄를 저질렀다. 39세이던 2005년에 또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은 후 추행해 15년을 복역한 뒤 지난 5월 출소했다.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 5년을 명령했지만 강씨는 출소 3개월여 만에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을 저질렀다.
23년간(보호감호 4년 제외)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복역·출소를 8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강씨는 만성적 범죄자로 변해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절도를 시작한 강씨는 50대에 살인범으로 진화했다”며 “직업이 범죄자가 되도록 국가가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재범 방지 핵심은 수감 중 교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인데 현행 프로그램은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강씨는 범행을 거듭하면서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정도 역시 심해졌다. 초기 범죄는 절도와 폭행에 그쳤지만 이후 성범죄가 더해졌고, 급기야 살인이 추가됐다. 이번 살인도 두 명의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 역시 앞선 범행을 통해 학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실은 차량을 끌고 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것도 그동안의 범죄 경험이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씨는 “어차피 잡힐 것 같았다”는 취지로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교수는 “여러 번 체포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자수 감경을 알고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데다 범행을 숨겨 줄 사람을 찾기 어려워 자수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오랜 수감 탓에 생활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아 도주를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더 이상 중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자수했을 거란 해석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소자의 사회 적응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에 대한 평가 시스템과 전자발찌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강씨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하면서 성범죄 위험성은 ‘높음’, 정신병질 성향은 ‘중간’으로 판단했다. 종합하면 재범 위험성은 ‘높음 또는 중간’ 수준이었으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공 교수는 “지금까지는 재범 평가 과정 등이 안일했다”며 “출소자 감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민지 전성필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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