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30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여당의 일방적인 처리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법 대치 국면에서 침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는 동시에 청와대 책임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법 강행을 “이해충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일부 문제를 침소봉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만, 정작 유력 야권 대선 주자에 대한 사설정보지 형태의 ‘X파일’을 당 지도부가 공공연히 공세 수단으로 삼는다”며 “결국 언론악법의 수혜자는 권력의 99%를 향유하고 있는 집권여당”이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은 (여당의) 강행처리 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셔야 한다”며 “침묵으로 버틴다면 언론보도 자체를 덮어버리기 위해 여당, 2중대와 짜고 치는 눈속임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장자연 사건 때 (수사 관련) 아주 구체적으로 목소리를 냈듯이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구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언론재갈법이 문 대통령의 ‘하명법’이 아니라면 문 대통령은 지금 당장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천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오후 열린 당 현안 긴급보고회에서 “설사 자기들(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를 한다 해도 우리는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것”이라며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당 최고위에서 거부권 행사 표명을 촉구하면서 “그래야 문 대통령이 언론법 개정의 배후이며, 이 법이 대통령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법이라는 국민적 의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민주당이 언론법을 기어코 밀어붙인다면 아무래도 당명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이런 입법 독주의 모습에는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고 일침을 놨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국민의힘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등 7개 언론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각계의 반대에도 이번 개정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위헌심판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위헌 소송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