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입법 폭주 중단이 민의 받드는 길이다

입력 2021-08-31 04:01
여야가 30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언론중재법) 처리를 놓고 밤늦도록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회기 중 처리가 안 되면 다음 달 1일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언론 자유를 심대히 훼손하는 악법이자 각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왜 이토록 밀어붙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언론중재법은 여당 스스로도 발의 후에 문제점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러 차례 뜯어고쳤을 정도로 졸속 발의된 법안이다. 무엇보다 핵심인 허위·과장보도에 피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한 것부터가 취재·보도를 현저히 위축시키는 반민주적 독소 조항이다. 여당은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 소송이 두려워 침묵할 언론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꼭꼭 숨어 있는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 곳곳에서 지뢰가 터질 수 있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민주당을 제외하곤 대다수 반대하는 사안을 우격다짐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건 입법 독재다. 이날에도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7개 언론단체가 국회에서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경없는기자회, 세계신문협회 등 국제언론단체와 일본 아사히신문, 프랑스 르몽드 등 해외 유력 언론사들까지 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법안 처리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고,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송영길 대표를 만나 강행처리를 만류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청와대마저 강행처리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대가 이 정도면 제아무리 잘난 법안이라도 거둬들이는 게 옳은 태도다. 여당 말대로 언론 피해에 대한 구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면 독소 조항이 가득한 이 법안 대신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면 될 일이다.

국민은 지금 여당이 진정 국민 통합을 바라고 민의를 받드는 당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겠다고 한 약속도 기억하고 있다. 여당이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면서까지 끝내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한다면 민심은 매몰차게 등을 돌릴 것이다. 역사가 언론 자유 훼손은 물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세력으로 기억할 것임은 물론이다. 여당이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아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