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을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 사건이 말해주는 것은 전자감독 시스템의 본질적 한계이기도 하다. 전자발찌 훼손 이후 검거된 사범들의 전례를 보면 절단 자체가 어렵지 않았고, 검거는 어려웠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또 훼손 사범들에 대한 처벌 정도도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자감독 제도를 확대하는 이상 실시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전자발찌 훼손자에 대해 더 높은 형량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자발찌 훼손자들은 주로 ‘절단기’를 사용해 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파주에서는 볼트커터를 사용해 전자발찌를 끊은 사례가 있었고,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32㎝ 길이의 금속제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일부 절단한 사건도 일어났다. 결국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것이 고난도의 일은 아닌 셈이다. 강씨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노상에서 전자발찌를 끊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훼손자 검거도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현재 13명의 전자발찌 훼손을 감지했지만 2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거하지 못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함바왕’ 유상봉씨의 경우에도 장기간 도주 행각이 이어졌고, 이번에 강씨도 검거되기 전에 본인 스스로 자수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발찌를 찾아내는 것과 끊고 도망간 사람을 잡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일반적인 도주자 검거와 같다”고 설명했다.
사범들은 주거지에서 전자발찌를 절단하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아 교정 당국의 초기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상신호가 주거지에서 감지되면, 당국은 충전 문제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신호가 단순 해프닝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전화로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적반을 만들어 대처할 일”이라고 진단했다.
전자발찌 훼손자는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받는데 법조계는 이들에 대한 실제 양형이 낮다고 보는 편이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10월 전자발찌를 잘라낸 뒤 도주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고, 대전지법에서는 2019년 술에 만취한 상태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전자발찌를 훼손한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렇듯 전자발찌를 망가뜨려도 추가 범죄가 없었다면, 징역 1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법이 전자발찌의 효용을 해쳤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판사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에서 제대로 관리 못한 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것 같다”며 “엄한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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