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등록과 함께 30일 대선 ‘경선버스’가 출발했지만 ‘역선택 방지’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에 반대하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으로 유력 주자들이 양분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4명을 추리는 2차 컷오프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고지전으로 풀이된다.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건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와 여권 지지층을 배제했을 때 후보들의 지지율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조사해 30일 발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2.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4.2%를 기록했다.
반대로 홍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8.3%, 민주당 지지층에서 26.4%를 얻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5.3%, 민주당 지지층에게 2.3%를,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7.8%, 민주당 지지층에게 18.4%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국 민주당 지지층이 배제된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도확장성을 이유로 경선 여론조사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전 의원 캠프 민현주 대변인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대해 “이건 중도 표심을 철저히 외면하겠다는 것이고 정권 탈환을 포기하는 자살행위”라며 “지난 20년 동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은 경선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고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반대했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들어오면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캠프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좌표를 찍고 국민의힘 경선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당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역선택에 따른 결과 왜곡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는 게 맞는다”며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 지지율이 높은 건 역선택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영논리가 강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역선택이 있을 수 있다”며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선관위에 공을 넘겼다. 이준석 대표는 “역선택 룰 등에 관해서는 최고위가 입장을 밝힐 계획도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