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암초 만난 국힘 경선… ‘4강’ 고지전 치열

입력 2021-08-31 00:03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론중재법 거부권 행사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등록과 함께 30일 대선 ‘경선버스’가 출발했지만 ‘역선택 방지’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에 반대하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으로 유력 주자들이 양분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4명을 추리는 2차 컷오프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고지전으로 풀이된다.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건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와 여권 지지층을 배제했을 때 후보들의 지지율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조사해 30일 발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2.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4.2%를 기록했다.

반대로 홍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8.3%, 민주당 지지층에서 26.4%를 얻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5.3%, 민주당 지지층에게 2.3%를,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7.8%, 민주당 지지층에게 18.4%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국 민주당 지지층이 배제된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도확장성을 이유로 경선 여론조사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전 의원 캠프 민현주 대변인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대해 “이건 중도 표심을 철저히 외면하겠다는 것이고 정권 탈환을 포기하는 자살행위”라며 “지난 20년 동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은 경선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고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반대했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들어오면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캠프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좌표를 찍고 국민의힘 경선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당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역선택에 따른 결과 왜곡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는 게 맞는다”며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 지지율이 높은 건 역선택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영논리가 강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역선택이 있을 수 있다”며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선관위에 공을 넘겼다. 이준석 대표는 “역선택 룰 등에 관해서는 최고위가 입장을 밝힐 계획도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