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희연 기소’ 결론… 공소심의위에 책임 떠넘긴 공수처

입력 2021-08-31 04:0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소심의위원회가 30일 특별 채용 의혹으로 공수처가 수사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전 비서실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제시했다. 채용 비리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범죄라는 점에서 엄단해야 마땅하다. 조 교육감 등은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등 해직 교사 5명이 특별 채용될 수 있도록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 등 외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소심의위가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공수처 수사가 부당하다고 반발해 온 조 교육감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공소심의위의 결론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지만 공수처는 이를 참조해 조만간 조 교육감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가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외부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당당하게 결정하면 될 일인데 굳이 공소심의위를 소집해 의견을 구한 것은 군색한 처신이다.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처음 수사한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더더욱 아쉽다. 이 사건은 당초 감사원이 경찰에 고발했는데 공수처가 지난 4월 넘겨받아 수사해 왔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기소권이 검찰에 있다. 그런데도 1호 사건으로 낙점해 첫 단추를 잘못 뀄고 최종 결정도 외부에 미루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공수처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라도 요구하면 공수처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이고 신뢰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기관으로 안착하려면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태부족인 수사 인력을 신속히 보강하고 가시적 성과를 통해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법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