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군기’라는 명분으로 방관하던 고름은 곪고 곪다 2014년 윤승주 일병 폭행 사망 사건으로 터져 나왔다. 윤 일병이 한 달여간 선임병들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사건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27일 공개한 드라마 ‘D.P.’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탈영병 추격기를 다룬다. 작품은 DP조의 시선으로 탈영병의 사연을 쫓으며 군의 부조리를 끄집어낸다.
DP조는 군의 경찰 역할을 하는 헌병대에서 ‘빽’이 있어야 들어간다는 말이 떠도는 꿈의 보직이다. 이들은 탈영병을 잡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간부 없이 활동비를 받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혼종’이다. 극 중 안준호 이병(정해인)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박범구 중사(김성균)의 눈에 들어 DP조에 뽑힌다. 준호는 한호열 상병(구교환)과 2인 1조로 탈영병의 뒤를 쫓는다.
탈영병을 찾기 위한 단서들을 쫓으면서 마주하는 건 그들이 군대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어떤 이에겐 군의 높은 담장을 넘어서라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다. 어떤 이에겐 내무반이 살아있는 악귀가 넘쳐나는 지옥이었다. 선임이 멋대로 관물대를 뒤져 후임의 편지를 뒤져보고 가난한 가정사를 비웃을 정도로 군에선 개인의 인격이 사라진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고 물을 붓는 가혹행위도 일어난다. 이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군대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폭력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김보통 작가는 DP조였던 본인의 군 복무 시절 경험을 살려 각본을 썼다. 그는 “탈영병을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로 묘사하지 않기로 했다”며 “상당수가 개인 문제보다 내부 부조리, 상관의 무관심, 가정문제 등 복합적 상황이 맞물려 탈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준호와 호열이 탈영병을 체포하는 순간에도 통쾌함보다 씁쓸함이 감돈다.
김 작가는 드라마의 원작인 웹툰 ‘D.P. 개의 날’을 그렸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하며 조회수 1000만회 이상을 기록한 수작이다. 준호가 베테랑 상병으로 나온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선 준호의 이등병 때 모습과 가족 이야기까지 보여준다. 그는 이 웹툰이 한국에서만 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공개됐다. 김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웹툰과 드라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같다. 그는 “폭력의 가장 무서운 점은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가 되고 미래엔 방관자로 바뀌어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순환해 간다는 점”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작품 속에 벌어지는 일이 현실임을 알아야 현실이 바뀔 수 있다. 폭력이 고도화되고 정당화된 군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