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S 차량 공습때 어린이 6명 사망”… 궁지 몰리는 바이든

입력 2021-08-31 04:04
미군 병사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13명의 장병 시신 인도식에서 관을 운구하고 있다. 오른쪽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뜩이나 자살폭탄 테러로 13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이번엔 어린이가 포함된 민간인까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드론으로 차량을 공습, 카불 공항에 대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 성명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불분명해 더 조사하고 있다. 무고한 인명 손실 가능성에 대해 깊이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CNN방송은 피해자 가족과 목격자 발언을 인용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4세 이하 아이 4명 등 10세 이하가 6명이다. 나머지 3명은 40세와 30세, 20세로 전해졌다. 피해자 가족은 “우리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우리는 IS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한 목격자는 “이웃이 모두 도움을 주려고 물을 가져와 불을 껐는데 5, 6명이 숨진 것을 봤다. 아버지와 두 자녀가 있었다. 산산조각이 나 죽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선 테러가 임박해 미군의 공습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극도의 혼란한 철군에 이어 민간인마저 희생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BC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27~28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대처 방식에 대한 지지도는 38%에 그쳤다. 한 달 전인 7월 23~24일 조사(55%) 때보다 17% 포인트 급락했다.

여기에 이날 미군 희생자의 시신이 도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13명의 장병 시신 인도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애도했다. 성조기가 덮인 관이 C-17 수송기에서 차례로 나와 운구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했다. 눈을 감거나 애통해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다만 그가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다가 얼핏 손목시계를 보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일부 의원의 공격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유족이 사적 공간에서 따로 만남을 갖는 자리도 마련됐지만 일부 유족은 미군 희생자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이라면서 만남을 거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허리케인 아이다 대응을 위해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한 자리에서 “13명의 영웅 가족을 만나고 왔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가 아프간 관련 질문을 하자 “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을 자른 뒤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아프간 수도 카불에선 테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카불 공항을 겨냥해 로켓포가 5발이나 발사됐지만 미군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이를 차단했다고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