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의 창조주시여. 사랑의 친교를 통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이 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는 거룩한 지혜로 지구를 만드셨고, 다양한 생명체를 창조하시어 흙과 물, 대기를 가득 채우셨습니다. (중략)
저희가 이곳을 일구고 돌보며 성령과 함께 모든 이를 위한 집을 지키고 당신 지구의 얼굴을 새롭게 해야 함을 알게 하소서. 주께서 창조하신 만물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이 땅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1 창조절 기도문’의 처음과 끝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등 개신교 연합기관은 물론 가톨릭과 정교회까지 포함된 ‘창조절 에큐메니컬 운영위원회’가 제작한 ‘2021년 창조절 안내서’(표지)에 수록됐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창조절 안내서를 번역해 전국 교회에 나눴다고 30일 밝혔다.
세계 22억명 그리스도인이 매년 지켜온 창조절은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다. 올해 주제는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 하나님의 세계를 회복하며’이다. 창조절 기도문은 “우리는 힘을 지니고 싶어 지구가 자신의 한계를 넘을 때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이어 “우리는 지구의 자생력과 조화를 이루지도 않았고 순환에 맞춰 소비하지도 않았다”며 “서식지는 척박해지고 생물종은 사라졌으며 생태계는 무너졌다”고 자복한다.
기도문은 “창조절에 기도하오니 우리의 탄생과 세례의 물과 같이, 당신의 창조 숨결로 저희 마음을 움직여 주소서”라며 “사랑 받는 공동체에서 저희가 올바른 자리를 찾도록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을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안내서는 교단마다 각자 신앙의 방식으로 창조절 기도회를 열 것을 권했으며 성도 각자가 탄소발자국을 측정하는 등 개인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돌아볼 것을 권면했다.
위원회는 오는 10월과 11월 생명 다양성과 기후위기를 의제로 연이어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15·16)에 지지와 연대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정부에 이윤보다도 사람과 지구와 자연 전체, 생태계 보호를 우선시하는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함을 촉구할 수 있다”며 “정부의 행동 계획은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의 필요를 제공하는 데 우선권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환연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는 “창조절 안내서 배포 이외에 9월 마지막 주 기후행동주일 연합예배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환연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과 함께 6월 초반을 환경주일로 지키고 있으며, 창조절 기간인 9월엔 기후주일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도 창조절을 맞아 9월 첫째 주일부터 대림절 직전까지 50일간 생명살림을 묵상하는 기도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