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 인상, 그 이후 대응은?

입력 2021-08-31 04:02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5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로 기준금리를 내린 지 1년3개월 만의 인상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 배경으로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 회복세, 물가 상승 압력과 더불어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제시했다. 실제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전망됐던 만큼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외환시장에서 별다른 무리 없이 수용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건은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다. 한은 총재는 현재의 금리 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데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과 같은 부작용을 언급했다. 2%대 물가 상승률과 4% 성장률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연 0.75%는 아직도 완화적이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저금리의 문제점은 배당과 임대료 같은 미래소득에 기반한 자산군의 현재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베팅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빚투’ ‘영끌’과 1805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그 방증이다.

기실 최근 발생한 저금리의 근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다. 지난해 3월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1% 포인트 인하한 뒤 0%대 기준금리를 1년6개월째 유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상 미국의 금리 수준에 우리의 기준금리 안테나를 조율했고, 수출 호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도 안정적이다 보니 물가 상승 우려도 크지 않았다. 여기에다 정부의 재정·금융 지원이 지속되자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자산가격 상승 베팅과 금융불균형이 누적됐다.

금융불균형 해소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고려함에 따라 한은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환율 안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장에서는 더 이상 초저금리 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결국 가계와 시장 참여자들은 이자 부담 증가와 자산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11조8000억원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원가량 증가할 전망이고 한 차례 더 인상되면 6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다. 올해 4분기에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뿐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락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불가피하다.

반면에 현재의 금융불균형 누적이 심각하다면 한은은 이에 대한 시그널을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시장에 내보내야 한다. 시장은 당국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이 교감은 서로의 신뢰를 두텁게도 하지만 그 반대로 대립과 갈등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후자에 해당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변화는 고려하되 금리 인상 기조는 일관되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리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타기팅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금리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대출규제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유동성 관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양도세 등 수요 대책, 그리고 주택공급 대책이 모두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금융시장 안정을 타기팅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대출규제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능사가 돼서도 안 된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권 대출 총량 규제로 자영업자의 목돈 마련이나 무주택자 전세대출이 막히는 피해는 없는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를 정부는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