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에 가까운 정부의 직접 지원조차도 코로나19로 인한 파산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각종 지원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해 2차 대유행 직후 파산 업체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취업자 4명 중 1명꼴인 자영업자가 파산 위기 중심에 서 있다. 코로나19 유행기를 따라 통계가 널뛰기한 지난해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3·4차 대유행 시기 파산 규모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을 ‘파산의 늪’에서 건져 내지 못한 책임이 정부의 비효율적인 정책 집행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소기업 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파산 통계는 월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막 들어왔던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보다 파산 업체 수가 줄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대구시를 중심으로 1차 대유행 여파가 미친 지난해 3월부터다. 지난해 3월 파산 업체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행히 정부가 긴급 지원책을 꺼내 들면서 지난해 4월부터는 월별 파산 규모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예비비와 가용 예산을 모아 긴급 지원책을 펼쳤고 1~4차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다. 전체 추경액과 정책금융 지원 등을 포함하면 정부가 지난해 9월까지 꺼내 든 직접 지원액은 289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본예산(558조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지원도 코로나 재확산 앞에서는 무력했다.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시작된 2차 대유행 여파가 미친 지난해 9·10월 파산 업체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6.4%, 12.1%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안전장치를 도입하면서 자영업자가 줄줄이 도산한 탓으로 분석된다.
대유행이 정부 지원을 무력화한 것은 한국의 구조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4.4%에 달한다. 코로나19 영향이 큰 서비스업종인 음식업이나 숙박업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들은 임금 근로자와 달리 언제든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파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3차 대유행 여파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진 데다 3차보다 강도가 센 4차 대유행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1·2차 때와 달리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파산 규모가 전례 없이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OECD 보고서는 문제 원인을 정책적 실패로 진단한다. ‘핀셋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OECD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들은 정부 지원이 자영업자, 소규모·신생 기업, 여성·소수자 기업가에게 덜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