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영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무기로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인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을 경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의 현재 모습과 한국의 위드 코로나 방향 등을 알아보는 자리를 3회에 걸쳐 마련했다.
영국은 지난 7월 19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를 택했다. 영국 현지 분위기는 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마스크에서 해방됐고 거리두기는 자취를 감췄다.
29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영국 현지 교민들은 영국 국민이 대체로 ‘위드 코로나’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런던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남모(27·여)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처럼 모든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남씨는 특히 붐비는 출근길에서 일상을 되찾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사무실이 여의도처럼 금융권이 밀집한 지역에 있는데, 잊고 있던 일상생활에 대한 감을 차차 찾는 중이고 곧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 황승현(24·여)씨는 “겉으로 볼 땐 코로나가 끝난 것 같다”며 “2주 정도는 다들 조심하다가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클럽도 개장해 온갖 파티가 열리고 사람들은 미친 듯이 돌아다닌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를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맡겼다. 이에 대중교통, 공항, 병원 등 일부 장소에선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임에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다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불안한 마음도 있다. 케임브리지에 사는 김모(29)씨는 “팬데믹 이후 1년반 만에 처음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지만 200명이 가득 들어찬 공연장에서 마스크 착용자는 20%도 되지 않았다”며 “이러다 또 록다운이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실제 위드 코로나 선언 당시 5만여명에 육박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초 2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8월 19일 기준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만3536명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또 8월 23일부터 백신 접종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더라도 자가격리할 필요가 없게 돼 확진자 규모는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생존 문제도 여전하다. 김씨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코로나가 우리 삶에 잔존한다고 느끼는 게 런던 시내에 가면 5곳 중 1곳은 문을 닫았을 정도로 망한 상점들이 널려 있다”며 “영국은 아예 영업을 중단시키고 정부가 매출의 60% 정도를 지급해서 1년반 동안 서로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남씨는 “자영업뿐 아니라 톱숍, 존루이스 등 유통 대기업도 시내 대형 점포를 모두 정리했다”며 “사무실 근처만 해도 임대로 나온 공간이 차고 넘친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임송수 기자 uzi@kmib.co.kr
['위드 코로나' 택한 나라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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