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머지포인트 전액환불 결정… 다른 이커머스들 “난감하네”

입력 2021-08-30 04:05

11번가가 이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머지포인트 전액 환불 조치를 내렸다. 다른 업체들도 환불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업체 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25일부터 이커머스 최초로 머지포인트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판매된 머지포인트 상품권에 한해 고객이 직접 고객센터 등을 통해 요청하면 환불해 주고 있다. 이미 모바일앱을 통해 등록 전환을 한 경우도 환불 대상이다. 11번가는 판매일이 머지플러스가 운영 축소를 발표하기 전날인 만큼 고객들이 구매한 포인트를 사용하기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고객들의 피해 구제가 우선이다 보니 환불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중복 환불 등의 문제는 추후 머지플러스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롯데온 등은 사용 등록하지 않은 머지포인트에 한해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업체로서는 등록된 포인트가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된 머지포인트 규모는 3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들은 ‘우리와 11번가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11번가 판매일은 ‘환불 대란 사태’ 발생 하루 전인 터라 아직 판매자 정산까지 이뤄지지 않아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1번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8월 이전에 판매가 완료돼 정산을 마친 상황이다. 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업체의 경우에도 불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대금 지급을 미루는 건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지포인트가 논란이 있는 건 맞지만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다”며 “정산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플랫폼에서 ‘갑질’을 하는 모양새가 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1번가가 전액 환불을 결정하자 머지플러스는 중복 환불을 문제 삼아 환불을 잠정 중단했다. 이 관계자는 “11번가와 머지플러스의 기싸움에 이커머스 업계가 끼인 상황”이라며 “머지플러스도 업체로부터 정산을 받아 자금이 들어와야 환불을 진행할 수 있으니 업계가 자체 환불을 하지 못하도록 환불을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겁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매대금이 이미 정산된 상황에선 환불 대금을 온전히 (이커머스) 회사가 부담하게 되면 또 다른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