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바이든 “승인없이 공격하라”… 그린 라이트 명령 추가

입력 2021-08-30 04:04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한 건물 바닥에 28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으로 움푹 팬 구덩이가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보복 공습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IS-K)’ 고위급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나 IS 호라산(IS-K)과 연관 있는 타깃은 백악관 승인 없이 공격해도 좋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군 지도부에 이런 명령을 내렸다. 카불 테러 관련자는 군이 자체 판단해 공격하라는 ‘그린 라이트(green light·승인 권한)’다. “끝까지 추적해 보복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작전권까지 더했다. 대규모 사상자 발생으로 안팎의 공격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는 ‘일단 하라(just do it)’는 것이다. 우리는 (타깃을) 찾는 대로 공격할 것”이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미군은 테러를 기획한 IS-K 지도부 응징 사실을 밝혔지만, 동시에 “추가 테러 위협”도 경고했다. 카불 주재 미 대사관도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공항 인근 시민들의 대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극악무도한 공격에 연루된 이들이 누구든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군은 카불 공항 입구 테러에 대한 응징 공습을 통해 테러 조직 IS-K 고위급 2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은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지평선 너머)’ 작전의 일환이었다. 오버 더 호라이즌은 미군이 아프간 철수 후에도 대테러 대응이 가능하다며 내세운 전략이다. 고도의 감시망을 통해 원거리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핀셋 타격을 감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번 공습에는 초정밀 ‘닌자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공습에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 ‘AGM-114R9X’가 사용됐다고 전했다. ‘R9X’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폭약이 든 탄두가 없고 대신 표적에 충돌하기 직전 펼쳐지는 6개 칼날이 장착된 점이 특징이다. 표적과 충돌해도 폭발이 일지 않아 부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 위협은 더욱 높아졌다. 일부 전문가는 극단주의 세력들의 연쇄 테러로 이어질 우려까지 제기했다. 세력이 약화한 테러집단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IS-K의 카불 테러가 내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크리스토퍼 하니쉬 전 국무부 대테러 부조정관은 “IS-K의 자살테러는 탈레반에 대응하려는 일격”이라며 “진정한 목적은 신병을 모집하고 조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탈레반은 미국의 보복 공습에 대해 “명백히 아프간 영토에 가해진 공격”이라며 비판했다.

미국은 카불에서 본격적인 철군 작업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임무가 아프간 시민들 대피에서 병사들의 철군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