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빚’ 심각한데… 안전평가만 살피는 정부

입력 2021-08-30 04:06

정부는 지난 26일 사상 최초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재해 등 공기업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내년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안전관련 항목 평가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업의 재정 안전성은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기업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자 부담이 높은 금융성부채도 함께 늘어나면서 공기업도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게 됐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2013년 36개 전체 공기업의 부채는 371조원이었고, 이중 금융성부채는 274조원이었다. 박근혜정부는 같은 해 부채 감축을 위해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마련했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채가 많은 15개 공기업을 부채감축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사업비 축소, 인력 감축 등의 노력으로 2014년을 정점으로 전체 공기업 부채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정부 임기 마지막해였던 2017년에는 부채가 임기 첫 해인 2013년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공기업 부채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말 기준 공기업의 부채는 400조원에 육박했고, 금융성 부채 비중 역시 50%를 훌쩍 뛰어 넘어 253조원을 기록했다. 탈원전 등 국정과제 수행 비용,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등으로 공기업의 비용이 증가한 것이 주 원인이다.

공기업의 매출액은 2015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며 엎친데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15조원 가까이나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11조원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지난해에는 2500억원의 단기순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10년 간 전체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당기순손실 발생은 공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2013년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점이다.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는 원금상황 외에 매년 이자비용을 수반한다. 공기업의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금리인상으로 재무건전성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는 이자비용을 수반하는 금융성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차입 등을 통한 무리한 사업 확대를 지양하고 재무건전성의 질적 개선을 유지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