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접종 완료 94% 軍, 방역 체계 전환 추진해볼 만하다

입력 2021-08-30 04:01
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영내 활동에 한해 방역 지침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역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볼 만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K방역 홍보를 위해 병사들을 생체 실험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방역 차원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방안인데도 ‘생체 실험’이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난을 퍼부은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고 정략적 접근이다.

군 및 입영 예정 장병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율은 현재 94% 수준이다. 군 집단만 보면 정부가 세운 집단면역 달성 기준(접종률 70%)을 훌쩍 넘어선 만큼 병영에서 제한적으로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방향이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이 훈련과 교육 등 군의 활동과 장병들의 생활에 큰 불편과 차질을 초래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단면역을 달성했거나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면 군 활동에 지장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강도 방역 지침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국방부는 접종이 완료된 30세 미만 장병을 중심으로 이달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방역 지침 완화를 시범 실시한 후 평가를 거쳐 9월 말 전 군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타당성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방부의 계획은 민간과 교류가 없는 영내에선 마스크 해제 등 적극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영외 사적 모임과 휴가 등에 따른 영내외 교차 활동에 대해서는 기존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국방부의 계획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시범 실시 여부와 시기, 대상, 방법 등을 세심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황을을 감안해야겠지만 국방부 계획의 타당성 검토는 주저해야 할 일이 아니다. 집단면역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방역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건 백신 접종이란 안전판 확보를 전제로 코로나 이전 일상 회복을 모색해 가는 필연적 과정이다. 9월 말이나 10월 초쯤 검토하겠다는 전 국민 대상 위드 코로나 체제를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