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홍 부총리 자리까지 꿰차… 의전 서열도 바꾼 巨與

입력 2021-08-30 04:06

슈퍼 여당을 바라보는 관가의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여당이 행정부 공무원들을 협력 관계가 아닌 ‘주종(主從) 관계’로 대하는 행태가 심화한 탓이다. 야당 시절 ‘영혼 없는 공무원’을 질타했던 이들이 권력을 잡으니 더하다는 후문까지 나온다.

국가 의전 서열부터 무시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 24일 내년도 예산 관련 당정 협의를 마친 직후의 일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당 관계자들이 브리핑을 위해 언론 앞에 나섰다. 준비된 자리에 착석하는 과정에서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가운데 위치하고 홍 부총리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가장자리에 앉았다. 홍 부총리의 국가 의전 서열(11위)을 고려하면 어색한 자리 배치다. 윤 원내대표(16위)나 국회의원 자격(67위) 외에 의전 서열이 없는 정책위의장보다 하석에 위치했다. 29일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의전 상으로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여당이 권위주의 문화 타파 차원에서 그동안 꾸준히 서열 파괴에 앞장서온 것도 아니다. 여당 공개 석상을 보면 상석은 항상 당 대표가 차지하고 이후 원내대표 등 고위 당직자 순으로 자리가 배치된다. 고위 당직자가 끄트머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경우를 볼 수가 없다. ‘슈퍼 여당 우선, 행정부는 뒷전’이라는 사고방식이 의전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온 셈이다.

실제 자리 배치 외에도 여당의 오만한 행동거지는 넘쳐난다. 여당은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엄연히 구분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영역을 허물없이 넘나들며 간섭해온 지 오래다. 추가경정예산이나 세제 개편 문제에도 국회가 행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여당의 간섭이 이전 정부보다 지나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