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가리지 않고 현안에 거침없이 견해를 밝혀 왔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순회경선을 앞두고 부쩍 말을 아끼고 있다. 민감한 현안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잦다. 다른 경선 후보들이 좀처럼 이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고구마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대전MBC에서 열린 본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선거법 위반사건 무료변론’ 의혹을 지적하는 이낙연 전 대표 질문에 “개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표의 거듭된 추궁에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이 지사의 이런 모습은 ‘황교익 사태’ 때부터 자주 목격되고 있다. 당시 황씨의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내정 문제를 두고 묵묵부답이던 이 지사는 황씨 사퇴로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서야 “(황씨를) 위로하고 격려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었다.
최근 정책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는 동행한 캠프 관계자가 아예 “현안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첨예한 이슈인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뒤늦게 “일부 아쉬움이 있더라도 언론 개혁의 첫발을 뗄 때”라는 찬성 입장을 냈다.
이는 그간 이 지사가 보여 온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이 지사는 경선이 시작되자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정책과 수술실 CCTV 입법 등 각종 현안에 관해 뚜렷한 본인만의 입장을 밝혀 왔다. 이 지사 특유의 ‘사이다식 화법’을 강하게 밀어붙였었다.
이재명캠프 측에서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캠프 관계자는 29일 “현안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히면 곧장 그 답변을 문제삼아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만큼 그런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지사는 최근 현안 답변은 아끼는 대신 정책 공약과 설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현안에 이끌려 가기보다 공약을 중심으로 경선판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도 한몫하고 있다. 이 지사는 경선 초반 진중한 이미지를 들고 나왔지만 이 전 대표의 추격이 맹렬해지면서 ‘뚜껑 열린 사이다’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 모드’를 유지하면서 경선 이후 본선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굳이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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