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빌미 차단?… 이재명 ‘사이다’ 대신 ‘고구마 전략’

입력 2021-08-30 00:06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충북 청주 도시재생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충청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제를 가리지 않고 현안에 거침없이 견해를 밝혀 왔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순회경선을 앞두고 부쩍 말을 아끼고 있다. 민감한 현안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잦다. 다른 경선 후보들이 좀처럼 이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고구마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대전MBC에서 열린 본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선거법 위반사건 무료변론’ 의혹을 지적하는 이낙연 전 대표 질문에 “개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표의 거듭된 추궁에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이 지사의 이런 모습은 ‘황교익 사태’ 때부터 자주 목격되고 있다. 당시 황씨의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내정 문제를 두고 묵묵부답이던 이 지사는 황씨 사퇴로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서야 “(황씨를) 위로하고 격려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었다.

최근 정책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는 동행한 캠프 관계자가 아예 “현안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첨예한 이슈인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뒤늦게 “일부 아쉬움이 있더라도 언론 개혁의 첫발을 뗄 때”라는 찬성 입장을 냈다.

이는 그간 이 지사가 보여 온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이 지사는 경선이 시작되자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정책과 수술실 CCTV 입법 등 각종 현안에 관해 뚜렷한 본인만의 입장을 밝혀 왔다. 이 지사 특유의 ‘사이다식 화법’을 강하게 밀어붙였었다.

이재명캠프 측에서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캠프 관계자는 29일 “현안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히면 곧장 그 답변을 문제삼아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만큼 그런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지사는 최근 현안 답변은 아끼는 대신 정책 공약과 설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현안에 이끌려 가기보다 공약을 중심으로 경선판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도 한몫하고 있다. 이 지사는 경선 초반 진중한 이미지를 들고 나왔지만 이 전 대표의 추격이 맹렬해지면서 ‘뚜껑 열린 사이다’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 모드’를 유지하면서 경선 이후 본선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굳이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