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하투’ 사라진 완성차… 르노삼성만 남았다

입력 2021-08-30 04:03
지난달 29일 울산공장 동행룸에서 현대차 노사 대표가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한 후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으로 진통을 겪는 완성차 업계가 올해는 보기 드물게 하투(夏鬪) 없이 교섭 타결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변수가 생기면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30일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고아장)에서 임협 합의안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기아가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앞서 기아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특별격려금 2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주식 13주 지급 등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68.2%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사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됐던 한국지엠(GM) 역시 지난 27일 임협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하고 임금 교섭을 공식 마무리했다. 한국GM은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5차례의 교섭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 19일 월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30만원 상당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쿠폰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추가된 2차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한 차례 부결이 있었지만 노조 집행부가 연례적 파업 관행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노사관계의 생산적 변화와 산업평화 정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름 휴가 전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자동차도 그 과정에서 현장 기술직 중심 노조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 간 이견으로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연구직 처우 개선과 현장 기술직 고용 안정을 담보하는 내용을 골고루 약속하며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임단협을 매듭지은 업체들 모두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 위기 극복에 대한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무분규 타결 배경을 일관되게 설명했다.

유일하게 교섭이 진행 중인 르노삼성차 역시 임단협 타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XM3 유럽 수출 물량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서라도 노조가 극단적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태다.

노사는 지난 25일 임단협 교섭에서 2년간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규모 등을 놓고 입장 차이가 커 잠정합의안 마련에 실패한 바 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