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 4년을 마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울의 종합병원에 취직했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게 환자들을 돌보며 늘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쳤다. 처음 분만실에 근무할 때는 새 생명 탄생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해 세상에 다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다 얼마 후 간암 병동으로 옮겼는데 처참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알지만 임종의 순간을 직접 지켜볼 때는 너무 두려웠고, 흉악한 얼굴에 나무토막처럼 굳은 시체를 만져야 할 때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함께 지냈던 환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20대 초반의 나도 죽음은 피해갈 수 없음을 실감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웠다. 삶과 죽음을 고민하던 중 임종하는 분의 간호를 하고 간호사실로 들어오는데, 갑자기 교회에서 수없이 들었던 예수님의 ‘부활’이 생각났다. 허무한 죽음 앞에 머리에만 머물던 ‘부활’이 칠흑 속의 한 줄기 빛같이 내게 실제가 되었다. ‘아! 이분이 창조주 하나님이구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히 사는 것이 있구나!’ 절대자 하나님 앞에 그대로 무릎이 꿇어졌다. 부활하신 주님 앞에 서는 순간 죽음에 대한 공포, 인생 허무에 대한 마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수님의 부활! 영원히 죽지 않을 몸으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 ‘그동안 내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아 이렇게 죽음 앞에 떨며 두려워했구나!’ 마음 중심에서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니 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해야 할 일이 선명히 보였다.
야근하던 날 너무 힘들어하던 할머니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팔을 잡고 기도하며 ‘할머니! 예수님 믿지 않는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 믿으면 천국에서 영원히 살아요. 할머니, 우리 같이 천국 가요” 하며 복음을 전했더니 할머니는 믿겠다고,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또 간경화로 복수가 차고 피부가 까맣게 변해가는 환자가 사경을 헤맸다. 여러 번 심폐소생술에도 심장이 뛰지 않아 기도하면서 환자의 검은 얼굴을 닦는데 하나님의 사랑이 온몸을 덮어, 마지막 순간까지 눈물을 흘리며 “사랑합니다”는 말만 계속했다. 3교대로 몸은 힘들었지만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전할 수 있어 너무 기뻤다.
환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호사로 은혜 가운데 서울 생활을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와 동역자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여 예쁜 딸도 선물로 받았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교회 지체가 운영하는 병원에 간호사로 불러주셨다. 직원들과 함께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며 환자분들께 마음껏 부활의 복음을 전하는 천국의 직장에서 사명을 감당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여기는 다른 병원과 달라요. 집에 있으면 우울한데 여기만 오면 직원들이 다 웃고 있어서 나도 웃게 되고 아픈 곳도 안 아파요”하며 칭찬을 한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인 죽음을 해결해 주신 부활의 주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다. 모든 분이, 특히 지금도 힘들게 투병하는 많은 분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고 이 땅에서도 풍성한 삶을 살아가기를 날마다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 같은 자에게 친히 찾아오셔서 주인이 되어 주신 예수님! 그 사랑을 품고 다시 오실 재림의 주님을 사모하며 하루하루 영원한 푯대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엄정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