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해외 사역 마치고 귀국… 기도회만 하는 목회 시작

입력 2021-08-30 03:04
서울 화양감리교회의 ‘인터치 젊은이교회’ 임원단이 2019년 임명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2014년 서울 광진구 화양감리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 요청이 들어왔다. 나와 아내는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2주간 작정 기도를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과 확신으로 지난 19년의 해외 선교와 한인 목회를 마치고 청빙을 수락했다.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수요일 밤이었다. 마지막까지 성도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수요 저녁 예배를 오전으로 변경하고 한 번 더 예배를 드렸다. 오전 시간은 성도들이 일하는 시간이라 몇 명 못 올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하루 월차를 내고 참석했다. 새로운 길을 떠나는 목회자를 위해 합심해서 눈물로 기도해줬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공항에 가기 전까지 전 교인을 심방했다. 마지막 날까지 환자 심방을 다니느라, 아내 홀로 이삿짐을 쌌다. 한국에 금요일에 도착하고 이틀 후 바로 취임예배를 드리고 목회를 시작했다.

한국에 도착하니 성도들은 두 교회로 갈라진 아픔으로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다. 예배의 회복과 기도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한 달 동안 하루에 10번 예배드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님께 무엇을 달라고 소원해서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었다. 먼저 내 안이 성령으로 충만해지길 간절히 소원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은혜가 성도들에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예배를 드릴 때마다 20~30분씩 예배를 드렸다. 하루 4시간 이상 예배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곤할수록 예배드리는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을 의지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을 부어주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교회에 부임해서 다른 프로그램이나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그냥 기도회만 했다. 처음에 한두 개로 시작한 기도회가 지금은 주일예배 전 기도회, 예배 동시간 기도회, 어머니 기도회, 사역자 기도회, 성전 기도회, 교사 기도회 등 10여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기도가 교회를 덮기 시작하면서 예배의 회복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예배 시간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당 좌석마다 휴지를 비치해 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두웠던 성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기도가 교회를 덮으면 하나님의 적절한 때 부흥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청년공동체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첫날 청년예배를 참석하니 18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예배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예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말씀에 대한 간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청년예배를 드리고 자정까지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세 가지 감동이 있었다.

첫째, 청년들의 마음에 기도의 불을 붙이라는 것이었다. 둘째, 청년의 영혼을 사랑하며 소통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역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세 번째 감동은 청년부를 젊은이교회로 독립시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기도한 후 기획위원회 결의를 거쳐 청년부를 독립시켰다. 당연히 재정 지원도 중단했다.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재정이 모두 끊겼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당황해 했다. 담임목사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전달했더니 이해해 줬다.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진심은 전달되고 언젠가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을 독립시킨 후에도 주일헌금이 3만~4만원에 그쳤다. ‘청년부를 독립시켰는데 이렇게 헌금이 계속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덜컥 걱정됐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하나님께서 확신과 믿음을 주셨다.

어느 날 청년들이 전도지를 직접 디자인을 하고 재정부에 인쇄 비용을 청구했다. 노방전도를 시작하려는 마음이 기특했다. 그러나 잠시 기도하고 나서 원칙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쇄비용을 거절했다.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청년 임원들이 당황하는 얼굴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진심으로 청년들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달됐다. 그러자 스스로 교회를 세워가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기도가 뒷받침되니 불평하는 이들이 앞장서서 일꾼으로 변화됐다. 그러자 젊은이교회가 폭발적인 부흥을 하기 시작됐다.

젊은이교회는 선교지향적 공동체를 지향한다. 전도사와 청년 임원들이 전체 재정의 70%를 선교지 후원과 구제비, 복지기관에 흘려보내고 있다. 자체 경비를 최대한 아끼면서 23개 선교지와 5개 복지기관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매년 단기선교 지역으로 흩어져 선교와 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청년들이 한국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성경적 본질에 집중하자고 외쳤다. 1년 내내 코로나와 씨름한 지난해에는 150여명의 청년이 등록했다. 올해도 청년 70여명이 등록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비결은 본질을 붙드는 것이었다.

최상훈 서울 화양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