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안팎의 반발에도 8월 내 언론중재법(언론법) 강행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내 속도조절론이 분출된 데 이어 청와대의 우려까지 감지됐지만 개의치 않고 ‘입법 폭주’를 이어갈 태세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27일 국회에서 언론법 관계 의원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한준호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한 원내대변인은 “언론법이 8월 통과해야 한다는 원내대표단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오는 30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설명·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도 언론법 처리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러 우려나 지적이 언론법을 보류하거나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언론개혁의 첫발을 뗄 때”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도 논평을 내고 “언론법 개정안은 헌법정신을 따르는 입법”이라며 두둔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민주당 지도부에 언론법 강행처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한 의원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송영길 대표의 비공개 회동 사실을 언급하며 “언론법과 관련한 청와대의 분위기가 어떻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법은 민주당에서 개혁과제로 주도해온 일이라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뭐라 주문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재선 의원도 “언론법 철회나 연기는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되는 악수가 될 것”이라며 “추후 야당의 발목잡기도 극심해질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내 속도조절론 역시 확산하는 추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보수진영에서 일제히 반대하는 데다 최근 언론법 강행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조사까지 나온 터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이 아니라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는데 급할 것 있느냐는 의원들이 꽤 된다”고 했다. 지난 25일 의원총회 때만 해도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우세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언론법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30일 의원총회에서 내리겠다며 퇴로를 열어 뒀다. 당 관계자는 “지금 하자는 의견과 천천히 하자는 의견이 반반 정도 된다”며 “전면 철회는 어렵겠지만, 법안을 수정하거나 연기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본회의 안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언론법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위원회 소집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겠다며 맞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전원위 회의를 진행한다면 30일 본회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의당도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을 향해 언론법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언론법은 거대 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킬 개악안”이라며 “이 법을 강행 처리한다면 의회정치는 다시 한번 황폐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협업 5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언론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관훈클럽 등 국내 언론단체 6단체는 언론법 강행처리 시 위헌 심판소송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