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테러 직후 조 바이든(사진) 미국 대통령이 응징을 예고했지만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공격이 미군 철수 이후 벌어질 유혈 전쟁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들의 자산과 지도부, 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작전계획 개발을 군에 지시했다”며 “우리가 선택한 방식으로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무력과 정확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대규모 군사작전 없이 공격할 방법을 찾도록 주문했다. 군은 IS-K 핵심 인물과 주요 기반시설 등을 특정해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마이클 굿윈은 바이든이 이날 연설 중에 흘린 눈물을 언급한 뒤 “그의 개인적 고통이 카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줄 수는 없다”며 “바이든의 결정이 카불 대학살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앞서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서는 2차례 자살폭탄 공격으로 어린이를 비롯한 현지인이 최소 90명 숨지고 150명가량 다쳤다. 미군도 10여명이 사망하고 20명 가까이 부상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작전 중 사망하기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사망자 수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다.
사건 직후 IS-K는 “미군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IS-K는 이탈한 파키스탄 탈레반 대원들이 2015년 아프간 동부에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탈레반을 적으로 보고 수년간 충돌을 거듭해왔다.
워싱턴 소재 글로벌정책센터 일원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전문가 아이멘 자우드 타미미는 자신의 블로그에 “IS는 탈레반의 행동(아프간 탈환 과정)이 정복이 아니라 미국과 협력한 인수라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루스 폴러드 블룸버그 오피니언 담당 편집장은 ‘탈레반과 지하디스트 라이벌들 간에 다가오는 대학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카불공항에서 벌어진 민간인 공격은 더한 유혈 충돌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해설했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