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인형 안고 웃으며 입국한 아동 180여명 “이제 우리 이웃”

입력 2021-08-27 04:03
인천국제공항에 26일 오후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버스에 탑승한 채 창 밖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입국한 이들은 카불을 탈출한 391명 중 378명으로 2주간 김포 임시생활숙소에서 지낸 후 충북 진천으로 이동하게 된다. 나머지 13명은 27일 오후 도착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이한결 기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 정부에 협력했던 아프간인과 가족 378명이 26일 한국 땅을 밟았다. 정부가 분쟁 지역 외국인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인 국내 이송 작전은 군사작전처럼 긴박하게 진행됐다. 아프간인들에게 새 희망을 준다는 취지에서 작전명 역시 ‘미라클(기적)’로 명명됐다. 작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카타르로 철수했던 한국대사관 직원 등이 지난 22일 아프간 카불 공항에 다시 진입해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인 300여명을 태운 버스를 카불 공항에 무사히 도착시키는 것이 작전 성공의 최대 고비였다. 정부는 탈레반과 협약이 돼 있는 미군 도움을 받아 탈레반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김만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이렇게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부는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공군 C-130J(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2대와 KC330(공중급유수송기) 1대를 지난 23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투입했다. 수송기에는 영유아를 위한 분유, 젖병도 실었다. 군수송기는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며 아프간인 391명 전원을 카불에서 탈출시켰다. 김 실장은 “(흩어지지 않도록 가족 단위로) 가족들이 영유아들을 안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391명 중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 6~10세도 80여명에 이르는 등 아동만 180여명 수준이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가족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입국한 이들은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자 자녀, 부모 등 378명이다.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한 후 11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에 대한 이송작전은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 희망을 준다는 취지에서 ‘미라클(기적)’로 명명됐다. 인천공항=이한결 기자

이 중 378명이 26일 오전 4시53분쯤 군수송기를 타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했고 11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들 중 어른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반면 아이들은 혀를 내미는 등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환영하며 건넨 곰 인형과 토끼 인형을 꼭 안고 있었다. 보안구역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이들은 경기 김포의 임시생활숙소로 이동했다. 14일간 이곳에서 격리된 후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6주 정도 머무를 예정이다. 391명 중 나머지 13명도 이날 오후 출발했고 2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계획이다.

아프간 조력자들은 한국 대사관, 한국 병원, 한국 직업훈련원 등에서 의료진, 강사, 대사관 행정원 등으로 일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라며 “포용적이고 의리감 넘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국민의 이해와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 기여자로 부르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거주비자(F-2)를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난민보다 생계비 등에서 더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는 이날 대한민국에 특별 공로가 있는 외국인에게 거주비자를 주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나성원 김영선 기자, 인천공항=전성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