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앙선관위원장인 이상민(사진)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언론법) 개정안은 현저하게 언론의 책임을 가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언론법 개정안에 수정·보완이 필요한 대목을 조목조목 짚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선도 5배에서 3배 수준으로 완화하고, 하한선은 1000만원으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언론출판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규정은 삭제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전날 조응천 의원이 언론법 추진 신중론을 민주당 내에선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뒤 비슷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는 노웅래 조응천 오기형 이용우 의원 등이 언론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우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생각보다 강하다”며 “조금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지만 정의당과 수많은 언론단체가 이렇게까지 우려를 표하는데 더 숙고를 거치지 않고 강행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들이 초선 의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쏟아졌던 ‘오만·독선’ 프레임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있다. 대선 경선 후보인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강행, 독선 이런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처리 과정 자체가 더 심사·숙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입장은 여당의 다른 주자들이 언론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SBS 인터뷰에서 “확인하려 하는데 확인이 안 돼서 오보를 한다든지, 약간 경솔하게 보도한다든지, 팩트에 기반해 의견을 좀 심하게 얘기하는 건 다 용인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악의로 가짜뉴스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낙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언론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30일 언론법 처리방침을 재확인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법이) 언론자유와 취재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며 “이를 두고 언론 재갈법이라 하는 것이야말로 입법 재갈”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도 워크숍에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처벌조항이 많이 약화됐다”며 처리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 우려가 커짐에 따라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내 지도부는 27일 당내 미디어특위와 법사위, 문체위 의원을 중심으로 유관 상임위 연석회의를 열고 처리 방향을 논의키로 했다.
청와대가 민주당의 언론법 일방 처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법 강행 처리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가 조금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지도부에도 어느정도 분위기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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