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위원 들러리 세운 軍, 차라리 합동위에서 빠져라

입력 2021-08-27 04:03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이후 군 사법개혁과 병영문화 혁신 방안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6명의 민간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어제 2명이 또 사퇴하는 등 민간위원들의 도미노 사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지난 6월 출범한 합동위에서 사퇴한 민간위원은 16명에 이른다고 한다. 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제도 개선 4개 분과 80여명의 위원 가운데 민간위원들이 대거 이탈해 ‘관군 합동위’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다.

합동위가 유명무실화 된 데에는 민간위원과 관·군위원들 간 소통 부재 및 국방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했다. ‘국방부가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위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게 사퇴한 민간위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 군은 평시 군사법원 폐지, 군인권보호관 설치 등을 의결한 분과위 논의사항을 국회에 왜곡 보고하거나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또 국방부 장관과 해군 참모총장 등은 해군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긴급소집된 합동위에 출석 요구를 받고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정신자세로 군을 개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합동위는 다음 달 대국민 보고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획대로 대국민 보고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설사 보고가 이뤄진다 해도 알맹이 하나 없는 형식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다시 들끓고 있는데 군 수뇌부만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군은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애초 합동위에 군을 포함시키지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