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대회 첫 출전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 한신고시엔구장에서는 한국어로 된 교가가 연일 울려 퍼지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6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에 있는 한신고시엔 경기장에서 열린 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쓰루가케히고를 3대 2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린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아사히신문이 매년 여름 주최하는 이 대회는 ‘여름 고시엔’으로 불린다. 마이니치신문이 여는 ‘봄 고시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와 함께 고시엔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6~9경기를 치르는 지역예선 토너먼트에서 우승해야 고시엔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모두 토너먼트로 이뤄져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승을 거둬야 우승할 수 있는 셈이다.
7회까지 별다른 소득이 없던 양측은 8회에 승부수를 던졌다. 쓰루가케히고가 8회초 2점을 내자 교토국제고가 8회말 2점을 따라붙었다. 9회초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교토국제고는 중전안타로 출루한 선두주자를 희생번트로 2루까지 보낸 뒤 8번타자 마쓰시타가 우익수 앞 끝내기 적시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으로 (경기를) 이겼다”면서 “이런 동료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고시엔의 전통에 따라 승리팀인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연주됐다. 이번 대회 들어 한신고시엔 구장에는 3번이나 “동해 바다 건너 야마도(야마토·일본)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박경수 교장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침착했던 선수들에게 이미 일본 1위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이번 대회 성과로 야구팀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교토국제고는 올해 외국계 고등학교로는 처음으로 봄 여름 고시엔에 모두 참가했다. 지난 3월 열린 봄 고시엔에서는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등 현지에서는 첫 출전에 걸맞지 않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8일 4강전에서 승리하면 29일 결승전에 진출한다.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차지하면 2013년 이후 8년 만에 고시엔 첫 출전에 우승을 차지하는 학교가 된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