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제일교회(장이규 목사) 성도 40여명은 지난 21일 밤 10시가 되자 온라인 화상회의 앱 줌에 일제히 접속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대학생과 청소년, 미취학 아동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이들이 줌에 접속했을 때 화면엔 외국인 목회자 5명이 성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이 교회 영어예배부를 인도했고,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가 다양한 사역을 벌이는 목회자들이었다. 목회자와 성도들은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혹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자정이 될 때까지 2시간 넘게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사진).
천호제일교회에서 기획한 이 이벤트는 ‘글로벌 여름성경학교’였다. 천호제일교회는 코로나19 탓에 과거처럼 해외 여름 단기선교를 떠나기 힘들어지자 대안을 고민하다가 글로벌 여름성경학교를 열게 됐다.
장이규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여름성경학교를 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고민 끝에 성도들이 과거 영어예배를 인도한 목회자들과 온라인으로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여름성경학교의 주제는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목회자들은 성도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 어떤 사역을 벌이고 있는지 소개했다. 예컨대 케냐에서 활동하는 목회자는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한다고 했다. 네팔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던 한 소녀가 기도를 통해 회복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 목사는 “글로벌 여름성경학교를 통해 목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다”며 “다른 교회에서도 이런 행사를 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도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크리스천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을 되새기게 됐고, 교회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면서 “성탄절을 즈음해 다시 한번 줌을 활용한 이벤트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