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모기의 건투를 빈다

입력 2021-08-27 04:05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 따로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것을 혈액형 때문, 누군가는 체취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분명한 이유는 몰라도 땀과 체취와 체온과 혈액형과 음양오행 기운 때문에 누군가는 모기에 잘 물리고 누군가는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 사람이다. 여름 내내 나는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 모기가 많은 지역에서 일행이 자기 몸을 찰싹찰싹 때릴 때에도 나는 한두 방 물릴까 말까다.

재미있는 것은 한여름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다가 늦여름에 집중적으로 모기에 물린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바람으로, 누군가는 하늘의 높이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겠지만 나는 자고 일어나 내 몸 여기저기 모기 물린 자국을 보면서 여름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젯밤 책을 읽으면서 모기를 네 마리나 잡았건만 자고 일어났더니 다리에 세 방, 얼굴에 한 방을 물렸다. 난 내 몸에 자리한 모기 물린 자국을 볼 때마다 이상한 슬픔을 느낀다.

내가 나름대로 세운 가설은 이것이다. 모기 입장에서 보면 나는 결코 맛있는 먹거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여름 내내 이토록 안 물릴 수는 없다. 정말 내 피는 어지간히 맛없는 정도가 아니라 가능하면 안 먹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아지고 가을이 다가오면, 다시 말해 자기네 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체감하게 되면, 그들은 조바심이 날 것이다. 나는 그런 입장에 있는 그들에게 먹힌 것이 아닐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모기들에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의 의지로 똘똘 뭉친 모기들에게.

이토록 맛없는 내 피가 필사적인 그들의 양식으로 쓰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어쩐지 악을 쓰고 모기를 잡으려던 마음도 슬그머니 사라진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모기들은 비실비실하다. 생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빈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