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1인 체제’ 굳어지나

입력 2021-08-26 04:07
연합뉴스TV 제공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특금법) 시행에 따른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암호화폐 관련 ‘리스크 회피’에 나서고 있고,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매파’로 분류된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시장 전체가 독점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신고 준비상황별 가상자산사업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전체 63곳 중 21곳으로 나타났다.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이 명단에 들었고, 이 중 업비트 한 곳만이 금융위에 거래소 신고를 마쳤다. 또 24곳은 사업자 신고에 필수인 ISMS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아 대규모 폐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확보다. 특금법에 따라 원화거래 기능이 있는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 계좌가 반드시 필요한데, 은행에서 계좌 제공 관련 확답을 받은 곳이 업비트 외에는 전무하다.

이는 현재 은행권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폭증 등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권이 암호화폐라는 추가적인 리스크를 지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빗썸, 코인원과 거래 중인 NH농협은행의 경우 당국 압박에 신규 주택담보대출마저 막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 상황에서 실명계좌까지 내주기엔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수장으로 유력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매파로 분류된다. 고 후보자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주요 국제기구와 상당수 전문가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화폐로서도 기능하기 곤란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암호화폐를 정식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금융위가 파악한 가상자산사업자 63개사 중 업비트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경우 거대한 시장을 한 기업이 독점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수수료를 올리고 시스템 투자를 줄여도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조민아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