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유는 금(金)유’ 글로벌 평균 가격에 2배 육박

입력 2021-08-26 00:03

한국의 우유 가격은 이상하다. 흰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며 버리기까지 하는데 원료인 원유(原乳) 공급 가격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고공행진한다.

글로벌 마켓의 평균 원유가보다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수요 공급 원리와 동떨어진 가격 결정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이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낙농가의 반발을 고려했을 때 험로가 예상된다.

흰우유의 매력은 점점 줄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 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31.8㎏을 기록했다. 2001년만 해도 36.5㎏였지만 매년 조금씩 줄어들면서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인구 증가세 둔화와 저출산 현상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공급은 수요와 궤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국내에서 209만t의 원유가 생산됐는데 이 중 186만t이 소비되고 23만t은 사실상 버려졌다고 밝혔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과잉 생산된 원유 처리를 위해 쓰는 예산이 33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폐기 예산까지 쓸 정도라면 원유 가격이 하락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가격은 되레 올랐다. 낙농진흥회는 이달부터 ℓ당 원유 공급가를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흰우유나 흰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희한한 원유 가격 결정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정부는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2013년부터 시행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낙농가의 생산비 증가 요인을 원유 가격에 반영하도록 규정했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위한 조치였지만 이 조항이 독으로 작용했다. 인건비나 사료비가 오르면 수요가 줄더라도 가격이 오른다.

주요 낙농국의 가격 결정 방식과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의 경우 흰우유, 요거트, 치즈용 등 용도에 따라 원유 공급 가격이 다르고 그마저도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이 변한다. 때문에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CLAL’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글로벌 마켓의 원유 평균 가격은 ℓ당 489원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흰우유와 달리 소비가 늘어나는 치즈 등 유제품 경쟁에서 국산이 수입산에 밀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83.9㎏로 10년 전(64.2㎏)보다 19.7㎏이나 급증했다. 2010년 65.4%였던 국산 우유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48.1%까지 뚝 떨어진 것도 유제품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가격 결정 구조 개편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도 개편에 부정적인 낙농가의 반발이 문제다. 김 실장은 “가격은 사실 중장기 발전 방안의 일부에 불과하다. 큰 그림을 놓고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