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자체 시스템을 통한 결제(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인앱결제 강제를 법으로 제동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인앱결제 관련 논의는 지난해 7월 구글이 모바일 게임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모든 앱에 의무화하고 3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애플 앱스토어는 이미 인앱결제를 도입하고 30% 상당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구글의 발표 후 인앱결제 강제는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는 거대 앱 마켓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의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은 70% 수준이고 애플 앱스토어를 더하면 85%에 육박한다.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을 내놨고 정부도 곧장 조사에 나섰다.
논란이 되자 구글은 지난 1월 예정이던 정책 적용 시기를 10월로 연기했고, 지난달엔 일부 기업에 한해 내년 4월로 재연기했다.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앱 사업자와 디지털콘텐츠 앱 사업자에겐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법안은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결에 이어 법사위 통과까지 급물살을 탔다.
법안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고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시키거나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와 중복규제 논란이 있었던 ‘다른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와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규제는 제외됐다.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콘텐츠 기업과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는 법안 통과를 반기는 분위기다. 과기부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적용되면 국내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최대 156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3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한 원스토어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논의는 원스토어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으로 앱 마켓을 규제하는 첫 사례인 만큼 전 세계에서 이번 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국내 법안 논의를 전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보도했다. 국제 통상 측면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앱 마켓 규제 논의는 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상원에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미국 36개주와 워싱턴DC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6월엔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반독점 행위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과 애플은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에 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규제를 도입한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다른 경로의 결제는 고객을 사기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앱스토어 내 고객 보호 장치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이용자의 신뢰가 감소해 한국에 등록된 48만2000명의 개발자가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