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퍼부었는데 아기 울음 뚝! 뚝! 뚝!

입력 2021-08-26 04:06

지난해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0.84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올해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재정은 43조원 가까이 되는데,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형국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이었다. 전년 대비 3만300명(-10.0%) 감소하면서 처음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 역시 전년 대비 0.08명(-8.9%) 감소한 0.84명으로 3년 연속 0명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1.2명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상황을 ‘초저출산’이라고 부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미 2000년대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국제협력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었다.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3.01명이었고, 프랑스(1.83명)·미국(1.71명) 등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2배 가량 많다. 심지어 세계적 저출산국으로 알려진 일본(1.36명)도 우리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평균 출산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저출산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1세로 전년 대비 0.1세 상승했다. 산모 3명 중 1명은 35세 이상이었다. 지난해 35세 이상 산모의 비중은 33.8%로 전년 대비 0.5% 포인트, 10년 전(17.1%)과 비교해서는 약 2배 증가했다.

40대 초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감소했는데,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출산율이 전년 대비 각각 5.1명(-14.2%), 7.3명(-8.4%) 감소했다. 부의 평균 연령도 35.8세로 0.1세 상승했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 대응 재정 투입 규모는 국비 기준 2006년 1.0조원에서 2021년 42조9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기간 투입된 금액을 합치면 200조원 가까이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 보고서에서 “저출산 대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관련 없는 예산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며 사업내용 변경으로 예산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출생아 수 감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출생아 수는 13만6917명으로 1년 전보다 4941명(-3.5%) 줄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소치다. 2분기 출산율도 0.82명으로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