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기자의 한국교회 설명서] ‘교회 다녀주는 성도’… 당신 아닙니까?

입력 2021-08-27 17:07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지난 6월 주일 예배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배 인원 제한, 가족 내 기저 질환자, 직장 내부 방침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택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교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온·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교회에 이름만 올려놓은 명목상 교인입니다.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현장예배를 드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예배당은 24시간 열려있기에 자유롭게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교회에 다녀줬던’ 명목상 교인부터 일부 직분자까지 코로나 사태는 예배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한국교회는 수평 이동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명목상 교인, 타 교회 교인이 찾아오면 목회자들은 ‘남의 교인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목회환경을 180도 바꿔놓았습니다. 교회의 핵심 성도라 하더라도 19명 출석 제한 규정에 묶여 강제로 온라인예배를 체험했습니다. 처음엔 예배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예배의 자리가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성도가 이 정도니 명목상 교인들 사이에서 ‘요즘 같은 때 극성맞게 교회에 나갈 필요가 있느냐’ ‘온라인예배를 가끔 봐도 하나님이 다 이해하신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온라인예배는 오프라인예배로 가는 임시방편, 징검다리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코로나 시대 되는 목회’(국민일보)의 저자인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는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만약 2개월 이상 현장 또는 온라인 예배 자리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교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아예 전도대상자로 분류해야 합니다. 지금은 한가하게 수평이동 금지 같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방황하는 교인들에게 자신의 소속 교회에 속하도록 권하고 안 되면 전도대상자, 구도자로 분류한 다음 다가서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교회를 다녀주는’ 사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밑바닥이 드러났습니다. 모여서 예배드리는 처치십과 흩어져서 제자 삼는 디사이플십이 튼튼한 교회라 하더라도 1~5%의 명목상 교인이 존재합니다. 어떤 전통적 교회는 50% 이상이 명목상 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전 성도의 구원 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김중식 포항중앙침례교회 목사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목회자들이 출석 교인의 구원 확신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고 성도로 인정해줬기 때문에 오늘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개 이런 사람에게 앞으로 잘 믿을 것을 기대하며 세례와 직분을 주고 사역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구원의 확신, 거듭남의 체험도 불분명한 사람을 성도라고 부르고 집사, 권사, 장로 직분을 줘버린 것도 한 이유입니다.”

교회를 떠나 양육을 받지 못하면 ‘교회 안 나가도 얼마든지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싹트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명목상 그리스도인, 종교인들은 교회등록도 않고 지도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으로 ‘교회 쇼핑’을 하면서 자신을 성도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성도는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찬이 포함된 예배, 교제, 선교, 구제, 봉사 등에 참여합니다. 예배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력, 성령의 역사를 체험합니다.

인간이 숨을 참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보통 1분 내외라고 합니다. 기네스북에는 24분3초간 숨을 참은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2개월간 숨 쉬지 않고 사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육적 호흡을 하지 않으면 사망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적 호흡을 하지 않으면 영혼이 죽습니다. 장시간 예배 자리에 나오지 않아 영적 호흡을 못 했다면 이들은 성도 집사 권사 장로라기보다 복음을 전해야 할 전도대상자일 뿐입니다.

‘수평 이동은 절대 받지 않는다’ ‘주변 이웃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예배당 문을 닫는다’는 분들이 아직도 계신지요. 그럴듯한 합리화보단 방황하는 교인을 찾아 구원의 확신부터 차근차근 점검해 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