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 서울 꽃재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20일 온라인 기도회에서 성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산소치료기를 보냅시다.”
김 목사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미얀마 국민들이 현재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열악한 의료 시스템 탓에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수두룩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소 품귀’ 현상이다. 지난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산소 통제령’을 내렸고, 코로나19로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공병원 상당수는 개점휴업 상태다. 많은 의사가 쿠데타 세력 아래에서는 근무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 목사로부터 이런 상황을 들은 꽃재교회 성도들은 곧바로 호응했고, 기도회에선 헌금 5000만원이 모였다. 김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얀마의 심각한 상황을 전해 듣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인들도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모금에 동참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산소치료기 1대만 있어도 10명 이상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산소치료기 100대를 보내 1000명 넘는 생명을 살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꽃재교회는 성도들의 헌금 5000만원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보냈고, 기감은 24일 서울 광화문 본부에서 해외 봉사단체인 지구촌사람들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미얀마에 보낼 산소치료기와 산소포화도측정기, 의약품 구입 등에 쓰인다.
지구촌사람들 대표 이수기 목사는 “미얀마 군부가 국민들이 굴복하기를 기다리는 각종 정책을 펴면서 의료기관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 기감 감독회장은 “미얀마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요즘 한국교회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교회가 한국사회의 대안이고 희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