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타지 소설계에 이정표를 꽂은 이영도 작가의 역작이 게임으로 재탄생한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지난 5월 이 작가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와 ‘피를 마시는 새(피마새)’를 프랜차이즈 IP로 성장시키기 위한 첫 단추인 비주얼 기술개발(R&D)작업 ‘프로젝트 윈드리스’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윈드리스는 ‘제2의 위쳐’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위쳐는 소설 원작이나 이후 게임, 영화로 제작되며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게임 제작과 2차 창작물의 기반이 될 비주얼 R&D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세운 밑바탕은 이후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기본 콘셉트 이미지로 활용된다.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손광재 프로젝트 아트 디렉터는 “원작 소설의 팬으로서 ‘눈마새’의 독창성과 확장성은 위쳐, 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같은 세계적 프랜차이즈와 비견될 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종족들, 깊이 있게 뻗어가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세계관 등 모든 요소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IP들과 견주었을 때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벅차오름을 느꼈다. 크래프톤은 ‘눈마새’ IP에 대한 큰 비전과 야망을 품고 있다. 그 시초가 될 비주얼 R&D를 제가 담당하게 되어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진행 중인 비주얼 R&D에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여럿 담긴다. 먼저 한글을 세계관의 공통 표기문자로 사용하는 것이 고려되고 있다. 예컨대 ‘ㅎ’은 모자 쓴 사람, ‘ㅅ’은 지붕 모양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의 전통가옥과 문화재들이 소설 내 건축물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손 디렉터는 “이번 기회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글로벌 대중들에게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면서 “다만 사명감에 너무 얽매여서 어떤 틀에 이 작품을 끼워 넣기보다는 작품 자체로 위대하게 빛날 수 있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캐릭터 시각화 경험이 있는 콘셉트 아티스트 이안 맥케이그도 이번 비주얼 R&D에 참여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을 당시 작업 중인 자체 프로젝트가 있어서 굉장히 특별한 게 아니라면 합류할 의향이 없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가 전혀 없다”면서 “지금까지 읽어본 판타지 소설과 달리 ‘눈마새’는 인간의 본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소설이 ‘반지의 제왕’과 ‘듄’에 견줄만 하다면서 “‘기생충’ ‘부산행’ 등 제가 아는 다른 한국 스토리와 같이 이 소설은 섬세하고 재밌는 요소부터 충격적이고 잔인한 요소까지 다층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전통적인 상징을 지닌 요소들과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꿈과 악몽과 같은 이미지들이 뒤섞인 신선하고 강렬한 판타지 세상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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