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거 우리 정부와 협력한 현지인 및 가족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했다. 이들이 현지에 남을 경우 자칫 탈레반의 보복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가니스탄과 인근국에 보내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분들은 수년간 대사관, 한국병원, 직업 훈련원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현지인을 다수 고용했다.
특히 정부는 2010~2014년 지방재건팀(PRT)을 보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면서 다수 현지인과 협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우리 측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외교부는 국내로 이송할 아프간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서 벌인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아프간인 400여명을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이 언제 한국에 도착할지도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뒤 아프간을 떠나려는 인파가 카불 공항에 몰리면서 출발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완료될 때까지 아프간 현지 조력자들의 이송을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자국과 협력한 아프간인을 수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이미 1만8000여명을 수용했고 영국 1700여명, 독일 760여명, 프랑스 700여명, 캐나다 800여명의 자국 이송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경우 실제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특별비자 또는 인도적 비자를 발급해 수용 자격을 갖추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의 이송 계획도 인도주의와 국제사회 신뢰라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여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상당한 금액의 원조를 했고, 종합병원 (건설)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협력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분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으로 이송하려는 아프간 난민 일부를 우리나라와 일본 미군기지에 임시수용토록 하는 방안은 추진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관리들이 더 나은 부지를 찾아냈고, 물류와 지리적 이유로 양국 모두를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이 아이디어(임시수용)를 처음 내놨을 때 한국 정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출석해 아프간 난민 임시수용 장소에 대해 “최종적으로 지리적 여건과 현실성에 따라 중동과 유럽 미군기지 내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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