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와 가구회사에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회사 사주인 A씨 일가의 생활은 ‘호화’ 그 자체다. 10억원 상당의 고가 요트를 타고 재력을 뽐낸다. 승마에도 남다른 애착이 엿보인다. 1억원이 넘는 돈을 승마클럽에 지출하고 승마를 즐긴다. 유흥주점을 통한 지출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으로 번 돈이 아니라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회사 공금을 자신의 돈처럼 전용했다. 요트나 승마, 유흥주점에 지출한 금액을 모두 법인 경비로 충당했다. 심지어 친인척들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척 허위로 꾸며 법인 자금을 나눠주기도 했다. 편법을 통한 호화로운 생활에는 뒤끝이 있다. 국세청은 A씨 일가의 탈루 혐의 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며 급성장한 화장품 유통업체 대표 B씨 일가도 탈세를 통해 호화 생활을 즐겼다. A씨처럼 법인 비용으로 슈퍼카를 비롯한 고가 자동차 10여 대를 바꿔가며 타고 다녔다. B씨가 보유한 고가 자동차의 총금액만도 30억원에 이른다. 친인척에게 법인 자금으로 허위 인건비를 지출한 점도 닮은꼴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득은 숨겼다. 해외 보따리상에게 판매한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수취하고 온라인 쇼핑몰 판매대금을 차명계좌로 받아 소득세를 줄였다. 다만 꼬리가 길었다. 국세청은 B씨에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이 즐비한 상황에서 탈세를 통해 사치를 즐긴 이들이 세정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이들을 추려냈다.
국세청은 반사회적 탈세 행위를 일삼은 ‘민생침해 탈세자’ 5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월과 5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불공정 탈세 조사에 나섰다.
서민이나 영세 사업자에게 피해를 끼치며 탈루 소득으로 고가 아파트나 꼬마빌딩을 산 고리 대금업자 등의 사례가 눈에 띈다. 비슷한 유형의 탈세 혐의자가 30명 정도다. 탈세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한 사례도 다수였다. 불법 하도급, 부실시공 등 안전을 위협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 지역 인·허가 독점업체 사례 등도 29명이나 됐다.
다만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집합금지 업종,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피해가 큰 분야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서민 생활 안정을 저해하는 악의적 탈세에 대해 지속적으로 탈루 소득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