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투기 의혹 절반만 징계, 이게 엄정한 조치인가

입력 2021-08-25 04:05
국민의힘이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부동산 관련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소속 의원 6명에 대해 탈당 요구와 제명을 하기로 했다. 지역구 의원인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한테는 탈당 요구를 했고,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 결정이 내려졌다.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투기 의혹이 있다면서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인데, ‘절반의 징계’에 그친 것이다.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을 비롯한 6명은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지만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그동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러 차례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엄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혹 대상자 12명 전원에 대해 제명 및 탈당 권유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민주당의 탈당 권유가 강제성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국민의힘 역시 ‘셀프 면죄부’로 스스로의 약속을 깬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면죄부를 받은 6명은 권익위가 수사를 의뢰한 상태인데, 적어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원권 정지 등의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다. 이날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일부 최고위원이 “투기성이 짙은 사안만 문제 삼자”며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바람몰이를 했었는데 이래서야 ‘부동산 부자 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겠는가.

열린민주당 태도는 더 어이없다. 열린민주당은 자당 김의겸 의원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기 의혹이 있다는 권익위 지적에 대해 “조사가 형식적이고 무책임하다”면서 김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권익위 의혹 제기가 타당성이 있고 없고는 앞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수사 전부터 당이 앞장서서 권익위를 맹비난한 것은 성급하다 못해 자칫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다. 이럴 거면 애초에 왜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단 말인가. 당이나 김 의원 모두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